이겼는데 상대가 항소했습니다
1심에서 판단을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항소하면 절차는 다시 시작됩니다. 받을 돈은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기다리는 기간만 늘어납니다.
민간임대 분쟁에서 조합 측이 항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툴 논점이 남아서일 수도 있고,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항소가 들어왔던 사건의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시법원 1심에서 항소심까지
출자금을 낸 사람이 고현동 민간임대조합 창립준비위원회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시법원에서 소액사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법원은 소액사건을 다루는 법원입니다. 절차가 간소해 판단이 빨리 나오는 대신, 판결서에 이유가 적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인정되고 무엇이 배척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로 다음 단계를 맞게 됩니다.
1심 판단이 나온 뒤 조합 측이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조합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구했습니다.
항소심은 제1심판결을 변경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은 조합이 구한 것과 달랐습니다.
항소심이 정한 것
주문은 세 부분입니다. 하나씩 나누어 보면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드러납니다.
첫째, 조합은 3,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일정 시점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입니다.
둘째,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청구한 금액 전부가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셋째, 소송 총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 비용을 합쳐서 전부입니다.
일부 기각인데 비용은 왜 상대가 내나요
소송비용은 진 정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총비용을 조합이 전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청구가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볼 때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기각된 부분이 지연손해금 기산일처럼 부수적인 쟁점이면, 승패의 본질은 원금 인정 여부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소송비용에는 인지대와 송달료, 변호사 보수 중 일정 부분이 들어갑니다. 항소심까지 가면 그 금액도 두 배가 됩니다. 총비용을 상대가 부담하게 되면 실질 회수액이 그만큼 올라갑니다. 주문 마지막 줄이 형식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금액이 걸린 부분입니다.
항소심은 처음부터 다시 하나요
1심에서 제출된 자료와 판단이 그대로 넘어옵니다.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낼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1심에서 하지 않았던 논점을 꺼내는 경우가 있고, 이쪽도 보완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조합 측이 항소심에서 자주 꺼내는 주장은 정해져 있습니다. 출자금이 반환 대상이 아니라 사업비로 이미 지출되었다는 것, 가입 당시 반환 불가를 설명했다는 것, 탈퇴 의사가 적법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자료로 반박할 수 있는 성격이라 미리 준비해 두면 대응이 어렵지 않습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소액사건이 항소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1심이 시법원 소액사건이었다면 판결서에 이유가 적히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이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은 지방법원 합의부에서 진행되고 판결서에 이유가 기재됩니다. 1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판단 근거가 이 단계에서 문서로 남습니다.
이 점이 뜻밖의 이점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조합을 상대로 다른 조합원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유가 기재된 항소심 판결이 참고 자료가 됩니다. 어떤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어떤 주장이 배척되었는지가 문서로 남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것
항소가 제기되면 확정이 미뤄집니다. 다만 1심 판결에 가집행이 붙어 있었다면 그 사이에도 집행이 가능합니다.
집행할지 여부는 상황을 보고 정합니다. 나중에 상급심에서 결과가 달라지면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자력과 재산 상태를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상대가 자력이 충분하고 재산이 안정적이면 확정을 기다려도 됩니다. 반대로 단체 명의의 예치금이 줄고 있거나 다른 조합원들의 집행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순서가 늦을수록 남는 것이 없습니다. 같은 재산에 여러 채권자가 몰리면 먼저 움직인 쪽이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항소 통지를 받았을 때 판단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항소심에서 무엇을 다툴 것인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집행을 할 것인가입니다. 두 가지는 별개로 정합니다.
왜 창립준비위원회를 상대로 하나요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조합이 설립되기 전 창립준비위원회 단계에서 출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합이 끝내 설립되지 않으면 그 돈의 성격이 문제가 됩니다.
이 사건의 상대도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단계의 단체였습니다. 법인이 아닌 단체라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판결을 받아 집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행 대상이 문제가 됩니다. 법인이 아닌 단체는 명의로 된 재산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을 받아도 압류할 것이 없으면 회수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를 내기 전에 단체 명의의 계좌나 예치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둡니다.
업무대행사를 함께 걸어야 하나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출자금을 모으고 실제 사업을 진행한 주체가 업무대행사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행사를 공동피고로 넣는 것을 검토합니다.
단체만 상대해 이겨도 재산이 없으면 결과가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대행사를 함께 걸면 다툴 논점이 늘어나 기간이 길어집니다. 회수 가능성과 소요 기간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항소 대응을 준비하십시오
항소장을 받으면 답변 기한이 정해집니다. 그 안에 무엇을 주장할지 정리해야 하므로 통지를 받은 즉시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항소심에서 다툴 지점을 미리 정리해야 합니다.
- 1심에서 이겼는데 상대가 항소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 1심 판결서에 이유가 없어 무엇이 인정된 것인지 모르겠다
- 상대가 시간을 끄는 사이 회수가 어려워질까 걱정된다
상담 전에 준비할 것
1심을 다른 곳에서 진행했더라도 자료는 그대로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이 있으면 항소심 준비가 빨라집니다.
- 1심 판결문과 소장·답변서 등 제출 서면
- 출자금 납입 내역과 가입 당시 안내 자료
- 상대 단체의 등기 또는 규약 등 성격을 알 수 있는 자료
항소가 들어왔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지 진 것이 아닙니다. 1심에서 인정된 부분을 지키는 것과 새로 다투는 부분을 나누어 보면, 어디에 힘을 쓸지가 분명해집니다.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제1심판결을 변경했지만 원금은 그대로 인정했고 소송 총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판결이 바뀌었어도 실질은 유지된 것입니다. 주문의 문구만 보고 결과를 판단하면 오해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